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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마스다 미리의 <오늘도 상처받았나요?> 북 리뷰

by 목동부추 2022. 6. 26.

 

마스다 미리 스타일의 따뜻한 위로

만화 <오늘도 상처받았나요?>는 우리나라에서도 꽤나 많은 30, 40대 여성들의 두터운 팬층을 거느리고 있는 작가 마스다 미리의 21년 최근 작품입니다. 만화가이자 소설과 수필집 등 다수의 집필을 하며 성실하고 꾸준하게 다작을 하는 69년생의 여성 작가인 마스다 미리는 그녀의 작품 '수짱 시리즈'로 한국에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저 역시 마스다 미리의 수짱 시리즈 1편인 <지금 이대로 괜찮은 걸까?>에서 부터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을까?>, <아무래도 싫은 사람> 등 제목만 들어도 동감하며 무릎을 딱 치게 되는 만화 시리즈를 접하면서 자연스럽게 작가의 다른 작품과 수필집까지 다양하게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을까?>는 영화화되면서 시바사키 코우가 수짱역을 맡으며 우리나라에서도 개봉되어 소소한 영향력을 주기도 했습니다. 그녀의 만화나 수필은 언제나 주변에 있을 법한 사람들, 소소한 일상 이야기 속에서 찾을 수 있는 소재거리로 이야기를 구성합니다. 고된 하루 끝에 먹는 디저트의 맛, 소중한 주말 국내 여행, 점심시간 조용한 공원에서의 혼자만의 간단한 샌드위치 한입 등 너무나 보통의 사람들 이야기이지만 그러한 것들이 얼마나 행복하고 감사한 일들인지 문득 깨닫게 해 줍니다. 이번 책에서도 이러한 작가의 스타일이 그대로 반영되어 있습니다. 마스다 미리만의 따뜻한 사람 냄새나는 위로를 받고 싶다면 이 만화를 통해 가슴이 훈훈해지는 것을 경험하는 것도 좋을 것입니다. 

 

오늘 하루도 고생한 당신을 위해 열린 딱따구리 스낵바

만화 스토리의 시작은 '우리는 어쩌면 서로 작은 상처들로 연결되어 있는 걸까?'라는 멘트로 시작합니다. 화려한 도시 뒷골목에 상처 입은 사람에게만 보이는 스낵바, 이곳에 자의로 타의(스낵바 주인의 권유로)로 손님이 되어 들어오는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이 겪은 오늘의 힘든 것들을 가슴 속에 꽁꽁 싸맨 채 들어옵니다. 하지만 이 스낵바에 들어오고 나면 노래로 또는 춤으로, 기타 연주로 스낵바의 여주인이 건네는 손을 잡고 그날의 고민을 다 고백한 채 스트레스를 훌훌 날려 보내고야 맙니다. 각 장마다 각각의 사연을 가진 손님의 이름으로 시작되는 스토리는 결국 모두가 연결되어 서로가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관계가 되지만 스낵바에 들어온 후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깨달으며 다시 서로에게 치유의 관계가 되어 줍니다. 

대부분의 만화 일러스트가 그렇듯 이 책 또한 흑백의 사각 컷에 그려진 이야기를 보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그 중에서도 두 부분은 흑백이 아닌 핑크색과 파란색으로 테두리와 그림이 그려진 부분을 찾을 수 있습니다. '네가 아직 모르는 게 있어_가호 편'에서 아들을 명문대에 진학시킨 중산층 주부인 가호가 엄마를 무시하는 듯한 말투를 쓰는 아들에게 상처 입고 자신의 청춘을 한탄하며 스낵바에 들어왔다가 여주인인 도코의 권유로 함께 스낵바 위에서 미러볼을 켜놓고 신나게 춤을 추는 부분입니다. 두 중년의 여성이 함께 춤을 추는 부분은 핑크색으로 그려져 있습니다. 

또 하나의 에피소드인 '열일곱의 내 모든 것_메이편'에는 비가 툭툭 내리며 메이와 도코가 대화를 나누는 상황이 파란색으로 그려집니다. 미래에 대한 불안과 사춘기 시절의 방황에 고민이 많은 고등학생인 메이에게 도코는 용기 내어 한 발 앞으로 나가 소나기를 온몸으로 맞아보라고 권합니다. 그러면서 "그렇게 하면 앞으로 절대 잊히지 않을 거야. 오늘의 이날이.", "지금의 너를 잊지 않기 위한 간단한 방법"이라고 말합니다. 

이 두 상황을 특별히 다른 색으로 그려낸 것은 젊은 날의 여성과 이제는 반평생을 넘게 살아낸 중년의 여성을 통해 인생에는 작지만 이렇듯 소소한 용기가 필요하며, 그렇게 낸 용기를 통해 또 힘을 내고 다음 날을 살아내는 것이란 걸 의미 있게 담아내고 있습니다. 

마지막 편인 '부스럭 부스럭_도코 편'에서는 딱따구리 스낵바의 여주인인 도코 스스로도 오랫동안 묻어놨던 자신의 꿈을 다시금 펼쳐보는 것으로 끝이 납니다. 이를 통해 완벽하고 상처입지 않는 사람은 단연코 한 명도 없으며, 모두 조금씩은 부족하고 조금씩은 과거의 꿈을 접어두고 살아가지만 그래도 저 마음속 깊은 곳에 묻어두었던 '그 무엇'을 생각해 내며 언젠가 한 번씩 다시 조심스럽게 열어보며 추억하고 웃음 짓는 것이 삶이라는 것을 깨닫게 해 줍니다. 

똑같은 일상 속에 지쳐있거나 인생이 무기력하다고 느껴질 때, 오랫만에 하루 몇 시간 짬을 내어 이 만화를 읽는다면 다시 마음에 따뜻한 무엇인가가 일렁이는 자신을 보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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