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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책 <걷는 사람, 하정우> 북 리뷰

by 목동부추 2022. 9. 1.

에세이인 듯, 자기 계발서인 듯

대한민국에서 배우 '하정우'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듯합니다. 그리고 이 하배우에게 약간의 관심이 더 있다면 그가 배우 직업 외에도 작가를 비롯하여 영화감독, 화가로서 다양한 분야에 걸쳐 그만의 특색을 가지고 여러 분야를 섭렵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오늘 볼 책 <걷는 사람, 하정우>에서는 이러한 다재다능한 일을 해나가고(심지어 즐기며) 있는 그의 영감의 원천이 무엇인지를 궁극적으로 알 수 있습니다. 위에서 말한 바와 같이 이 책은 에세이의 스타일을 취하고 있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자기 계발서를 방불케 합니다. 책 구절구절을 읽다 보면 하정우라는 배우가 얼마나 '건강한' 사람인지 느낄 수 있습니다. 정신이 건강한 사람, 그래서 그 바른 생각을 자신의 신체 일부 중 하나인 '발'로 직접 걸으며 그 영혼을 지켜내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몸과 마음의 균형을 너무나 탁월하게 잘 가꿔나가는 것이 부러울 지경입니다. 글을 쓰다 보니 그의 열렬한 팬 중의 하나로 팬심을 가지고 그를 작정하고 찬미하고자 하는 듯 보일 수 있겠습니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립니다. 왜냐하면 이 책을 읽기 전에는 그를 배우로서 매력적이라고 생각했을 뿐, '인간' 하정우로서는 생각해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이 한 권의 에세이는 이전의 '배우' 하정우보다 '인간' 하정우에게 완전히 빠지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글 중간중간에 나오는 일상 사진과 그림들은 그의 좀 더 친근하고 인간적인 면모를 더욱 발견할 수 있도록 해줍니다. 

또한 가지 이 책을 읽고 알게 된 사실 하나가 있습니다. 그가 책 속에서도 썼듯이 친구들과 함께 걷기를 애정 하는 그가 '걷기 학교'라는 유튜브까지 개설하여 걷는 동영상을 업로드하고 열정을 다했다는 것입니다. 요즘은 업로드되는 영상이 거의 없지만 개설 후 굉장히 활동적으로 올라왔던 동영상들을 보는 재미도 꽤 쏠쏠합니다.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돼, 너만의 페이스대로 그냥 걸어봐

책을 읽어보면 알겠지만 하정우 배우는 하루에 평범한 일반인이 걷는 수준의 몇 배 이상으로 정말 '많이' 걷습니다. 요즘 같이 대중교통이나 개인 자가용을 타고 회사와 집 코앞까지 앉아서 또는 서서 출퇴근하는 직장인들이 하루에 걷는 평균 걸음수는 많아봤자 만보를 못 넘길 것입니다. 하지만 그에게 만보는 너무나 우스은 걸음수인 듯합니다. 하루를 상쾌하게 보내기 위해, 뭔가 생각할 것이 있고 고민이 있을 때, 소속된 회사에 볼일이 있거나 누군가를 만나러 약속 장소에 갈 때, 심지어 그냥 아무 이유 없이도 그는 일단 운동화를 고쳐 신고 밖으로 나갑니다. 생각을 많이 하면 걷지 않을 핑계가 만들어지고 몸이 둔해져 결국은 한걸음 내딛기도 싫어진다는 걸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마 누구나 그렇게 생각할 겁니다. 그런 면에서 본인은 게으를 때는 한없이 게을러진다고 고백하지만 그 누구보다 부지런하고 성실한 사람이란 걸 느낄 수 있습니다. 더우면 더운 데로 춥고 눈이 올 때는 또 그런대로 그냥 묵묵히 걷기 위해 나간다는 그의 글 속에서 독자들 스스로가 조금은 찔리는 자기반성이 이어지리라 생각됩니다. 그렇게 건강한 라이프 사이클만을 걸어갈 것 같은 그에게도 시련은 있었습니다. 그는 허삼관이란 영화를 직접 감독하며 배우로서 영화에 참여할 때와는 완전 다른 책임감과 중압감으로 스트레스를 받아 극도의 예민함을 가지게 되었던 때를 담담히 고백합니다. 누구나 그처럼 인생이 자기 마음먹은 대로 안 풀릴 때가 인생 곳곳에 숨어있을 겁니다. 마치 신발 속 아주 작은 돌멩이가 끼인 듯이 말입니다. 그러한 상황이 오면, 그는 예상했겠지만 독자들에게 이렇게 해보라 조언합니다. 아무 생각하지 말고 우선 운동화를 고쳐 매고 밖을 나가라고. 그리고 그저 걸으라고 합니다. 책을 읽었을 당시 지금은 생각도 나지 않는 몇 가지 고민들이 있었습니다. 정말 효과가 있을까 의문이 스멀스멀 올라왔지만 그런 생각들은 잠시 잊고 일단 나갔습니다. 효과는 생각보다 괜찮았습니다. 걷고 또 걸으며 다른 사람들의 모습을 보다 보니 사람 사는 것이 별게 있느냐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책을 읽은 사람들이라면 모두가 공감하겠지만 이 책은 끝을 마저 다 읽기도 전에 얼른 걷고 싶어 좀이 쑤실 것입니다. 

 

'순례자'처럼 이 아닌, 그냥 '걷는 사람(러너)'으로 

무엇보다 이 책에서 하정우 배우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그의 말대로 '느낌 있게' 자신만의 스타일로 걷자입니다. 뭔가 진지하게 어떤 사색이나 큰 뜻을 품고 걷기를 시작한다기보다는 그냥 하나의 일상처럼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것, 어떤 때는 친구들과의 친목을 도모하기 위해 함께 걷고 대화하며 웃고 즐기자는 것입니다.

책을 다 읽고 나면 어느 순간 저처럼 핏빗(fitbit)을 사서 손목에 차고 온 동네를 하염없이 걷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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