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후회하는 소녀와 축제의 밤> 북리뷰

 

최신 버전의 트렌드 한 일본 기담집

<후회하는 소녀와 축제의 밤>은 아키타케 사라다 작가의 장편으로 일본 호러소설 대상을 받은 전형적인 일본 스타일의 공포소설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처녀귀신, 구미호, 도깨비와 같은 전통적인 유형의 호러물이 있듯이 일본의 귀신과 요괴 등이 등장하는 일본식 기담을 바탕으로 쓰인 것이 특징입니다. 일본 호러물이라고는 했지만 한밤에 등골이 오싹해 혼자 책을 읽기조차 못할 정도의 극한 공포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어딘지 모르게 클래식하면서도 잔잔하게, 각 에피소드마다 묵직한 울림이 있는 정적인 주제들로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이러한 각각의 에피소드들은 저마다의 스토리로 시작하여 단편적으로 짧게 짧게 끝나지만 이 모든 이야기들은 결국 하나의 큰 이야기로서 하나의 장편소설을 이끌어 갑니다. 

 

소녀와 소녀의 사람들

에피소드는 총 4가지로 제 1화는 '바닥 아래 숨은 것'으로 평범한 학교 선생님인 사카구치는 평소 거절을 잘 못하는 성격 탓에 동료 여선생이 힘겹게 학생의 책상을 바꿔주러 낑낑대는 것을 보고 선뜻 도와주겠다고 말합니다. 그렇게 사카구치는 학생 책상을 가지러 구관에 들어가게 되고, 거기서 마쓰리비 사야라는 여학생을 마주치게 됩니다. 이때 이 여학생은 구관의 마룻바닥의 바닥판을 뒤집는 '무엇'에 대하여 이야기하고 대수롭게 여기지 않던 사카구치는 특정한 그 마루판에 서버리게 되며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제2화는 '기척'으로 매일 밤 꿈에 나타나는 지네를 닮은 벌레 때문에 잠 한숨 제대로 자지 못하는 아사이는 어느 날 같은 학교의 선배 마쓰리비 사야를 동네에서 만나게 되고 우연히 자신의 벌레 꿈에 대해 고백하며 해결해 나가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제3화는 '시게토라'로 여섯 살 무렵 이토카와는 놀이터에서 놀다 자신의 원피스를 찢어버리는 바람에 난감해하던 차에 의문의 남자가 다가와 똑같은 새 원피스를 주겠다는 말에 선뜻 응하게 됩니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도 알지 못했던 '그'와의 거래 때문에 큰 압박을 받게 됩니다. 10년 뒤 대가를 받으러 온다는 그의 경고 때문에 골머리를 앓던 이토카와는 결국 10년째 되는 날 그를 죽이기로 결심하는데 그때 그녀의 곁에서 맴도는 마쓰리비 사야와 대화를 하게 됩니다. 마지막 제4화는 '축제 날 밤에'라는 제목으로 마쓰리비 사야는 그의 오빠를 다시 살려내기 위해 마을의 축제 기간 동안 미물을 잡기 위해 온 동네를 떠돌아다닐 계획을 세웁니다. 이때 앞의 세 에피소드를 통해 신비로운 경험을 겪었던 세 사람이 이 계획에 동참하기로 하면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결국 이 모든 이야기는 '마쓰리비 사야'라는 여주인공에 의해 모두 유기적으로 얽혀 있습니다. 

 

세련된 스타일의 구성+독특한 주제

이 책은 비교적 최근에 출간 된 도서(2022.01.26)로 많이 접해보지 못한 일본의 기담을 지루하지 않고 트렌드 하게 담아냈습니다. 그래서인지 이 책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독특한 장르 장편소설이라고 정의 내릴 수 있겠습니다. 한여름밤 그리 과하지 않게 적당히 공포스러운 기담을 읽으며 잠시나마 더위를 피할 수 있는 피서지용 도서라고도 해석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책 표지가 세련되어 눈이 갑니다. 마치 제1화 에피소드를 연상케 하는 교복 입은 소녀의 다리와 뒤집어진 마루판이 그려져 있으며 에메랄드와 보라색으로 표현된 표지 디자인을 보면 서점에서 한 번은 눈길이 가게 될 것입니다. 심지어 책의 크기도 컴포트 하고 무게는 가볍습니다. 진중하거나 큰 뜻을 가지고 사색할 정도의 무게를 가지지는 않은 소설책이지만 마지막 장까지 읽어내면 뭔가 묵직한 무엇인가를 아주 엷게 느낄 수 있을 겁니다. 누구나 공감할 보편적인 가족애와 우정 등의 주제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참고로 이 책의 후속편은 이미 일본에서 출간되었습니다. <마쓰리비 사야의 재회>라는 책으로 제목 자체에 여자 주인공의 이름이 그대로 쓰인 것을 보면 이 시리즈를 끌고 가는 여자 주인공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금 느끼게 됩니다. 마지막 에피소드를 다시 읽어보니 후속편도 기대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