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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책 <여름의 피부> 북리뷰

by 목동부추 2022. 11. 16.

지극히 감성적이지만 철저하게 계산된 감성 에세이

이 책은 제목에서부터 퍼지는 서늘하고 퍼런 느낌이 책 표지와 메인 그림까지 더해져 차디찬 푸른 느낌을 주고 있습니다. 마치 끝없는 바닷속으로 낙하하는 것 같은 잠자는 여자가 그려진 이 그림은 책 속에서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도대체 이 그림은 어떤 감정을 품고 있는 것일까 호기심이 생겨 읽기 시작했다가 대중들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은 다양한 화가의 그림들을 발견할 수 있는 의외의 득템(?)을 얻을 수 있는 기회도 가질 수 있습니다.  

 

각 장의 글은 그에 맞는 것들로 조합되어 있고 글마다 그 의미와 상황에 맞는 그림들이 배열되어 있습니다. 

푸른색(블루)을 테마로 파란 '색'에 깃든 여러가지 의미를 4가지 타이틀로 나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1장 유년(새파랗게 어렸던, 덜 익은 사람), 2장 여름(모든 것이 푸르게 물들어가는 계절), 3장 우울(사람의 몸이 파랗게 변하는 순간 죽음, 병, 멍 그리고 우울), 4장 고독(비밀과 은둔과 침잠의 색)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장(유년) 가장 첫 글인 '전봇대 켜는 아이'에서는 작가의 어린 시절의 한 조각에 대해 풀어내고 있습니다. 작가의 어린 시절을 담담히 얘기하면서 유년시절 누구나 경험했던 차갑고 쓸쓸한 추억, 모든 것이 낯설고 어설펐던 어린 시절의 풋풋함에 대해 다시금 복기해 볼 수 있을 겁니다. 두 번 째장의 테마인 여름은 이 책의 색이라고 할 수 있는 파랑과 가장 잘 어울리는 카테고리입니다. 3장의 주제는 '우울'로 소개되는 그림의 화가의 우울한 삶을 반영하는 그림부터 그 그림을 보고 느낀 작가의 감상과 자신의 일화를 잘 버무려 얘기하고 있습니다.   

4장은 고독으로 가령 '어떤 저녁 식탁'의 글에서는 작가가 우연찮게 가게 된 뉴욕에서 그 몇 해 전 인터뷰를 진행했던 어느 한 작가가 운영한다는 뉴욕의 갤러리를 기억해내어 가게 되면서 인연이 된 저녁 식사 자리에서 일어난 에피소드와 연결된 그림을 감상 할 수 있습니다. 그 집이 풍기는 질서와 견고함을 담아낸듯한 그림 <이젤이 있는 인테리어, 브레드가데 25번지>, 1912, 빌헬름 하메르스회, <젊은 여인의 뒷모습이 있는 인테리어>, 1904, 빌헬름 하메르스회의 그림까지 보지 않은 장소지만 마치 어떤 느낌과 배열을 가지고 있는지 독자가 충분히 상상할 수 있게끔 써내려 가고 있습니다.

또 다른 에피소드 '홈 오브 라벤더 걸'에서는 작가가 우연한 기회를 통해 만나서 친구가 되었던 '그녀'와의 관계와 그녀의 삶속에 투영된 '고독'의 동질감에 대해 덤덤히 쓰였습니다. 

조지아 오키프의 그림이 실린 4장 '고독'

늦가을에 읽어내며 느끼는 너무나도 쓸쓸하고 축축한,

처음에는 그저 도서관 최신 도서를 보던 중 눈에 띄는 표지 그림을 보고 읽게 된 것이 사실입니다. 여름이 다 지나고 쌀쌀한 가을 날씨에 읽어내기엔 무척이나 춥습니다. 책을 읽으며 추위를 느낀다는 것이 무척 생경하기도 하겠지만 작가는 정말이지 어두운 동굴 속에서 촛불 하나 킨 채 자신의 생각을 읊조리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그만큼 굉장히 건조하고 어딘지 모르게 글 속에 외로움이 뭍어나 있습니다. 가보진 않았지만 런던의 초저녁 날씨를 닮았다고나 할까요. 저자가 이곳저곳 외국의 여행을 많이 다니며 자신의 경험을 썼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육아에 시달리다 육퇴를 하고 아기들을 다 재우고 나서 거실 스탠드 하나에 의지하여 소중한 나만의 시간에 읽어냈지만, 이 책은 육아 담당 아주미(?)가 읽는 것보다는 좀 더 젊은 나이에 아니, 젊지 않더라도 싱글인 여성이 읽기에 아주 좋을 듯합니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육아를 하며 북적북적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도 모르게 몸과 마음이 바쁜 사람이 공감하며 읽기보다는 철저히 혼자서 스스로를 살필 수 있는, 그리고 나를 돌아볼 시간이 많은, 거기에 책을 읽고 나서 마음에 드는 곳이 있으면 당장이라도 그곳이 어디든 비행기 티켓을 끊어 떠날 수 있는 여건이 된다면 이보다 좋은 책이 없을 겁니다. 이런 생각을 하고 보니 무척 부럽습니다. 결혼과 출산을 경험하기 전의 '내가'.....^ ^; 그럼에도 책을 읽으며 가장 좋았던 건 책도 읽고 좋은 그림도 많이 볼 수 있었다는 겁니다. 푸른빛이 도는 그림이란 그림은 다 경험한 것만 같습니다. 평소 어딜 가든 접할 수 있는 유명한 화가의 그림보다는 음지에서 많이 유명하지는 않은 화가들의 그림과 그들의 삶을 알 수 있었던 점도 매력적입니다.   

 

책 제목 : 여름의 피부 Flesh of Summer 

지은이 : 이현아

출간일 : 2022년 7월 27일

출판사 : (주)도서출판 푸른숲

표지그림 : Pierre Boncompain, 1984, <Femme foeta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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