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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도서 이건희 컬렉션 TOP 30 책 리뷰

by 목동부추 2022. 5. 12.

 

대한민국에서 가장 핫한 전시, 이건희 컬렉션

올해 가장 이슈가 되는 미술 전시를 꼽자면 아마도 오늘 책 제목과 같은 '이건희 컬렉션'이 아닐까 합니다. 국립현대미술관(MMCA)에서 21년 7월 21일부터 22년 6월 6일까지 열리는 이 전시는 기존 3월 13일까지 열릴 예정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연장 전시를 불사하며 그 뜨거운 열기를 실감하고 있습니다. 故이건희 삼성 회장 유족들의 기증으로 국내외 이름만 들어도 어마어마한 화가들의 다양한 작품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세기의 기증'으로 불린다고 합니다. 

이 책은 그러한 이건희 컬렉션 미술 전시에 발맞춰 기증된 고미술품과 근현대 미술작품 중에서도 한국과 서양의 화가 16명의 명화 30점을 추려 엮었습니다. 특별히 명화라는 주제로 한정되어 폴 고갱, 클로드 모네, 파블로 피카소 등 유명 서양화가 1편과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알법한 이중섭, 박수근, 김환기 등의 한국화가들을 추린 2부 한국화가 편으로 나뉘어 구성되었습니다. 

 

보는 것을 넘어 읽는 미술 작품의 감상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을 꼽아본다면, 미술 작품을 '보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글로 '읽어내며' 다각화된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유명화가의 그림이라 할지라도 우리가 잘 모르는 그 작가의 다른 이면이나 화가의 개인적 상황, 시대적 배경 등을 컬렉션에 소개된 작품과 연결 지어 유기적으로 설명합니다. 거기에 시대적으로 같은 특징을 가지고 있거나 부수적으로 설명이 필요한 화가의 화풍을 설명할 때는 동시대의 다른 화가의 작품 이미지를 추가하여 비교하면서 보는 재미도 남다릅니다. 하나의 작품을 집요하게 설명해 내려는 것이 아닌 그 작품을 그려낸 화가의 예술적 특성과 기술, 그 인물의 상황에 좀 더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또 한 가지 이 책의 특징은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마치 전시장에 와있는 듯한 생생한 현장감을 느낄 수 있다는 것입니다. 

파블로 피카소, <검은 얼굴의 큰 새> 편에서는 이건희 컬렉션에 전시뿐만 아니라 이전 2021년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전시되었던 '피카소 탄생 140 주년 특별전'까지 설명되어 직접 그 전시를 보고 온 사람으로서 반가움마저 들었습니다. 한참 첫째 아이를 임신하고 태교를 한다는 명목 하에 혼자(뱃속에 있는 아가와 함께) 여유롭게 전시를 관람하면서 느꼈던 그 분위기와 시공간이 아득히 밀려와 피카소 화가에 대해 다시금 친근하게 생각해 볼 수 있었던 시간을 가졌습니다. 21년도 그 전시에서도 책 속의 설명과 마찬가지로 20세기 현대미술의 거장으로만 알려진 피카소가 도자기에 예술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몰두했다는 점은 의외로 사람들이 잘 모르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이렇듯 이 책에서는 유명 화가들의 의외성을 종종 발견할 수 있는데 이 또한 소소한 읽는 재미가 있습니다.  

 

가슴에 남는 책 속 한 구절

마르크 샤갈의 <붉은 꽃다발과 연인들>을 소개하는 장에서 나오는 한 구절은 이러합니다. 

'좋은 예술 작품은 객관적인 지표가 필요 없는, 단지 주관적 취향이 모인 산물일 뿐이라는 주장도 아주 틀린 말은 아니다. 그래서 유명한 작품일수록 작품의 진가를 증명하기 위해 숨은 의미를 찾아내고 분석하는 작업이 요구되는지도 모른다.' 

예술이라는 이름 아래 있는 모든 것들은 다 저마다의 가치가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위의 구절 또한 깊이 와닿았을지 모르겠습니다. 내가 보고, 느꼈을 때 충분히 행복감과 만족감을 느꼈다면 그것만으로도 그 예술적 가치는 다했다고 봅니다. 그것이 절대다수가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할지라도 말입니다.

하지만 이왕 세계적으로 너무나 유명한 화가들이 그려내고 빚어낸 작품이 우리 가까운 곳에 전시되어 있다면, 그것이 정말 그만한 가치를 가지고 있는지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숨은 의미를 찾아내기 위해 전시회를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생각합니다. 더하여 이 책을 통해서 그 이름만 들어도 찬란한 화가들의 숨은 이야기를 읽고 사전 지식을 가진 채로 '직접' 관람한다면 그보다 더 완벽한 예술과의 조우가 있을까 생각하니 가슴이 벅차오릅니다. 마지막 한 구절까지 다 읽어내고 이제 곧 직접 컬렉션을 방문하기를 고대하는 지금, 가슴 한편이 요즘의 날씨처럼 반짝반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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